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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6 여명의 눈동자 - 김지현/박민성/테이 Korean Theater

2019.03.16 여명의 눈동자

윤여옥: 김지현
최대치: 박민성
장하림: 테이
권동진: 구준모
최두일: 조태일
윤홍철: 김진태
김기문: 김정렬
동진모: 유보영
길호: 신한국
길수: 조환지

연출: 노우성


사실 크게 관심은 없던 작품이었다. 엄마가 예전에 비디오로 이 드라마를 보며 뭔가 욕을 바지기로 했던 기억이 있지만, 그 작품을 같이 보기엔 난 너무 어렸었고, 얼핏 화면을 봤을땐 때마침 무슨 고문받는 장면이었는지 피투성이 남자가 나와서 그게 한참 트라우마였던 기억이 아직까지 있다. 그래서 그 이외에는 사실 줄거리도 내용도 몰랐다. 하지만 어둡고 우울한 내용인건 얼핏 기억하고 있었어서, 지금은 좀 나도 심신이 지치고 해서 어둡고 우울한것을 보고 싶진 않아서 그다지 관람욕구가 없었는데, 출연배우 중에 김지현 배우가 있는걸 보고 살짝 동했더랬다. 그런데 이 작품이 뭔 투자사기까지 당했대서 그 상세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투자사기를 당한 상황이면 스텝이나 출연배우들 모두 출연료 받기도 요원했을텐데 오기로 작품을 올린다는 것을 보고는,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관람을 결정. 관람을 결정하고보니 무대석 오픈을 한 직후라, 무대석 위주로 동선이 짜여져있다는 공지를 보곤 무대석으로 예매.

공연장을 갔는데,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걸 보고 무지 불안했는데, 공연장 앞에 공지가 있었다. 무슨 티비 프로용으로 촬영을 한다고... 그래, 나만 안나오면 되지 뭐, 하면서도 무대석이니 관객석에서 찍는다면 나올게 백퍼라서 좀 짜증이 났었는데, 무대석의 내 좌석에 앉아 카메라 셋팅을 한걸보니 내가 앉은 무대석 맞은편 정면 블록에도 카메라 셋팅이 되어있다. 게다가 2층에서도 카메라 셋팅이 되어있고. 이렇다함은 정면으로 찍힐게 분명해서 뭔가 관람 내내 불편하고 신경이 쓰였음. 할 수 없는 상황이라지만 저 방송국들이 관객들 얼굴 가려줄것도 아닐것 같고... 게다가 정말 동선을 무대석 위주로 짜서, 내 얼굴에 핀조명이 그대로 정면으로 오는 적도 많았어서 지금까지도 좀 얹짢다. 촬영은 프콜때 몰아서 해줬으면.

아무튼 작품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사실 응원하고 싶은 마음과 지현 배우를 보고 싶다는 마음 뿐이라 크게 기대를 하지도 않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뭔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무대를 올리고 배우들도 열정적으로 하는 것이 티가 나는 공연이었다. 특히나 가까이서 본 앙상블 배우들의 열정과 파워가 돋보이더란. 특히 여자 앙상블로 나온 배우들이 제각각 사연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을 세심하게 연기를 해내서 감동을 받았다. 같은 넘버를 부르고 있으나 모두 얼굴 표정이나 반응이나 감정선이 다르니 이 사람들이 그냥 앙상블이 아니라, 각자 살아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구나 하는 감동이 있었다. 요 근래에는 대극장 작품을 주로 본지라 이렇게 가까이서 앙상블들의 연기를 볼 기회가 없어서 다른 작품들의 앙상블들을 유의깊게 보지 않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오랜만에 한사람 한사람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은 대극장 작품이었다.

윤여옥 역할의 김지현 배우... 언니 너무 좋아요 ;ㅅ; 사랑해요 ;ㅂ; 제 사랑을 받아주세요 ;ㅅ; 김지현 배우는 뭔가 이런 아련하고 분위기 있는 작품에 너무 잘 어울린다. 담백하고 강단있는 연기도 너무 좋고, 수수한 한복과 코트 차림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자마자 나온 조금 화려한 드레스 의상도 너무 예뻤음. 게다가 어떤 남배우와도 케미가 너무 좋아... 위에 설명했듯 난 드라마를 보지 못해서 채시라배우가 표현하는 여옥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채시라 배우의 드라마를 봤더래도 김지현 배우를 보면서 채시라 배우를 떠올렸을 것 같지는 않다. 그만큼 항상 독창적이고 본연의 분위기에 맞추어 어떤 캐릭터든 소화해내는 배우. 그리고 김지현 배우는 본인이 어떤 역할이 어울리는지도 잘 알고 작품을 고르는듯한 느낌. 예전에 <풍월주>를 생각해보면, 포스 쩌는 악역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언니 한번 프랑켄의 엘렌이나 뭐 이런 역할로도 보고 싶다...

두 상대역과의 캐미, 힘든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본인의 삶을 살아가는 심지 굳은 연기 노래 모두 아쉬울게 없었지만, 단 하나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아이엄마 같은 느낌이 없었다는것? 김지현 배우가 아직 실제로 결혼을 안했던가? 아무튼 뭔가 희한하게 애를 안고 다루고 하는게 무척이나 어색해보였음. 그건 상대역인 최대치 역할의 박민성 배우도 마찬가지라, 둘 다 아이와 무척이나 어색해보여서 아이에 대한 집착이나 잃은 슬픔이 잘 와닿지 않았다. 물론 아이를 잃은 후의 감정선은 좋았는데, 왠지 아이가 없으니까 감정선이 더 잘 살아... 

최대치 역할의 박민성 배우는 여러모로 아쉬웠다. 이 배우는 언제나 어느 작품에나 평균 이상은 해내는 배우라 믿음직스럽기로는 대한민국 배우계 1% 안에 들 것 같은데, 나에겐 요상하게 기억에 남지가 않는다. 사실 나 이 배우 꽤 이 작품 저 작품에서 여러번 본 것 같은데, 당장 의상까지 기억에 남는건 일본의 <미스 사이공> (이건 그냥 뭔가 박성환 배우가 나온게 신기해서)와 <프랑켄슈타인>인데, 프랑켄은 워낙 배우의 해석이 작품의 개연성이라 그런게 큰 것 같기도 하고. 이 작품도 연기 노래 뭐 하나 빠지는게 없는데 내 뇌리에선 김지현 배우가 가장 많이 남고 최대치는 그냥... 여옥아 도망가 ㅠㅠㅠ 라고 속으로 울부짖던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감정을 극대화해서 노래를 부르는 부분에서도 뭔가 프랑켄의 괴물을 연상케하기도 해서, 이 캐릭터의 특징을 잡아내지 못한것 같은 느낌.

이 얘기를 지인께 했더니 그건 박민성 배우가 존재감이 없는게 아니라 캐릭터가 비호감이라 그런게 아니냐는 뼈때리는 코멘트를.... 근데 생각해보니 그게 맞는것 같기도 하다. 이 캐릭터는 조승우 배우가 해도 난 욕을 하면서 나왔을것 같음. 그러고보니 엄마가 드라마를 보면서 욕을 했던게 이 캐릭터 같다. 캐릭터 자체도 막장인것 같지만, 플롯을 풀어내는 방식도 너무 미숙한게 문제였던듯. 최대치가 공산당에게 구해졌다는건 대사를 통해서 들었는데, 아무리 은혜를 입었기로서니 왜 사랑하는 여자의 아버지를 죽이면서까지 공산당에 충성을 했고, 사랑하는 여자와 자식을 두고 떠나면서까지 과격파에 동조했는지도 납득이 안됐다. 은혜를 갚으려 그런거였다면 여옥이 아버지 윤홍철에게도 은혜를 갚아야하는게 아닌가. 그리고 일본군에서 도망쳐서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남은건 여옥이를 다시 만나 자기 자식과 함께 살기 위해 그런게 아니었던가? 그럼 만나면 그걸 지켰어야지. 뭔가, 캐릭터의 일관성이 좀 알기 힘들었다. 만약 이념 vs. 가족 사이에서 고민한것이었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치는데, 그럼 그걸 더 드러내야했다. 그런데 그런건 전혀 없이 겨우 만난 (게다가 안정적으로 잘 살 수 있었던 하림까지 거절하게 해놓곤) 여옥과 아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도 자기 패거리들에게 돌아간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박민성 배우의 노래실력에 대해서 뭐라하는건 입 아프니 노래에 대해서 할 말은 없지만, 넘버들이 나쁘진 않았으나 딱히 박민성 배우의 가창력을 돋보이게 해주는 넘버들이 아니었던듯. 그래서 여러모로 이 작품에서의 박민성 배우는 내 기억에 남지 않는것 같다.

장하림 역할의 테이 배우는.. 뭔가 안습. 비중이 없어도 너무 없는데 그나마 있는 비중도 저 캐릭터 대체 뭔가 싶을 정도... 첫 등장부터 갑툭튀인데 일단 테이니까 중요캐릭이겠거니 싶었는데, 그러다가 계속 여옥이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었는데, 정말 막바지에 가서야 아 저 캐릭터가 삼각관계구나 하는걸 깨달았다. 드라마 자체가 방대해서 그걸 2시간 남짓에 다 우겨넣으려니 생긴 피해자(...) 같은데, 등장 씬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치에 비해서 이 캐릭터가 훨씬 연민도 가고 이해도 감. 드라마도 이랬으려나... 그리고 하림과 만약 잘되서 여옥이 살았더라면 이 셋 모두에게 생긴 비극은 없었을거라는 생각이 드니 새삼 다시 최대치가 비호감... 

테이 배우는 이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봤었는데, 그때 막나가는 레트 버틀러 역할은 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다가 2막에서 아이 아버지가 되면서 아이에게 헌신적인 아버지 연기는 잘하는걸 보곤, 이 배우 의외로 지고지순한 역할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었더랬다. 마침 하림 역할이 지고지순한 역할이라, 생각보다 역할에 잘 어울리고 연기도 나쁘지 않아서 좀 놀라웠음. 아직 연기톤이 정리가 되지 않은듯 들쑥날쑥한 부분도 있고 안정적이진 않았지만 결이나 분위기를 잡아가는건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다. 도리어 기대했던 노래가 좀 불안정하게 들렸는데, 창법이 들쑥날쑥 바뀌어서 그런게 가장 큰 것 같았다. 고음으로 가면 소리를 풍부하게 내보려고 성악발성틱하게 가는 느낌이었는데, 왠지 그게 답답하게 들렸달까. 아무튼 연기톤도 최소한 막 오버하려고 하는 것도 없고, 꽤 진정성이 느껴져서 앞으로 연기톤과 뮤지컬 발성만 좀 안정이 되면 도리어 선호 캐슷이 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테이배우의 성량은 예전 가수일때부터 좋았으니 이번에도 역시 풍부한 톤으로 떼창에서의 톤을 깔아주는건 좋았는데, 발성법이 왔다갔다해서 그런지 몰라도 노래를 할때의 딕션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 또 아쉽기도. 

플롯의 진행에 대해 한마디. 방대한 드라마의 내용을 2시간으로 압축하자니 (게다가 투자 사기까지 당해서 아마 될 수 있는 한 런닝타임을 짧게 잡으려 한게 아닐까 싶고) 쉽지 않은건 알겠는데, 배우가 호감이 아니라면 인내를 하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연결이 안된다. 여옥의 법정씬을 큰 와꾸로 잡고 과거 이야기들은 액자식으로 구성을 했는데, 그럴거면 여옥이 독백을 하는 씬을 좀 늘려서 중간중간의 갭을 메꾸던지 해야했을텐데, 그게 전혀 없다보니 특히 중후반에서는 내가 바보라서 이 흐름을 이해를 못하는건지 아니면 졸았었나 하는 의심도 들고. 하림을 만나서 하림의 도움으로 남자를 상대하지 않아도 된 이후에 어떻게 된건지의 갭이 너무 커서, 하림과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도 모르겠고, 갑자기 하림과 위장을 하고 독립운동을 하는데 그 흐름도 뭔지 모르겠고... 물론 드레스를 입은 지현 배우가 넘나 아름다운건 좋았지만 말이다(...). 

무대는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려고 소품을 최소화하고 스크린을 활용하는데, 스크린마저 만드는데 비용이 드니 그것도 최소화 한 느낌이다. 그런데 그렇다해서 뭐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원래 이런 디자인의 무대고 이런 의도인 듯한 느낌. 돈 있으면서 미니멀리즘이라 입을 잘도 털며 무대에 공연 올리며 14만원대의 티켓 가격에 할인도 별로 없는 공연도 있는데 10만원도 안하는 이런 대극장 공연이야 뭐 이 정도야 호구에겐 감지덕지다 -_-+. 

넘버들도 나쁘지 않았는데 주연들의 넘버보단 앙상블들의 떼창이 더 기억에 남는다. 위에 무대는 그 정도로 만족이라고 해놓곤 이런 말 하는게 좀 그렇지만, 주연들의 솔로는 아무래도 무대가 텅 비고 조명도 최소화하다보니 임팩트가 그닥 없었달까. 

작품의 퀄리티는 둘째치고, 뭔가 지금 시국에 다시 여러모로 역사를 다시 상기시켜주는 의미로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적으로도 제작자와 관계자들은 투자사기로 인해 많이 힘들었을테지만, 뮤지컬계의 고질병인 투명하지 못한 자금운영 및 투자사의 횡포등이 수면위로 드러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작품 플롯면에서는 일본이 이렇게 우익으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 정면으로 일본의 악행을 드러내며 친일을 하며 경찰을 하던 무리들이 일본이 패했는데도 그대로 다시 경찰이 되어 민중을 핍박하는 걸 보여준것도 의미있다고 생각했고 (난 속물이므로 이 작품에 출연한 박민성 배우와 이경수 배우가 혹시 이 작품 때문에 앞으로 일본 작품에 출연 못하게 되는건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들었다). 이건 내가 일본에 살았어서 더 느끼는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념과 상관없이 모두 한민족이라는것도, 지금 정세에 좋은 메시지가 아니었나 싶다. 나처럼 한국 근현대사를 모르는 사람에겐 수박 겉핡기라도 흐름을 알게 된 것도 의미가 있었고.

위에서 말했든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품이라 응원을 하고 싶지만, 이렇게 사기까지 빈번하게 당하는 힘든 환경에서 작품을 올리지 않고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은 대체 언제쯤 될것인가 이놈의 뮤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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